진해 어린이 국악단 '동강생이'
춤패 '뉘'
퓨전밴드 '온달' 한국 춤 공연,
'동서양의 만남' : 카니발과 선날을 한곳에서
그르노블 시내거리
중앙공원 및 호셔 공원
ESC(그르노블 상업 그랑제꼴), AUEG(대학-기업연계협회 및 중국협회) 참여
[장소]
그르노블 상업 그랑제꼴
그르노블 대학 캠퍼스
그르노블 대학 학생회관‘이브’
그르노블 대학 학생 식당회관 ‘디드로’
그르노블 시청 리셉션 홀
그르노블 시내 중심가, 주요 광장 및 공원
메트로 (그르노블 광역 행정기관)
그르노블 국립 문화의전당 앞뜰
그르노블 국립박물관 앞뜰
[공동주최]
Association Culture Corée (한국문화협회)
AUEG (Alliance Université–Entreprise de Grenoble (그르노블대학-기업 연계)
ALOHA (Ecole supérieurs de Commerce deGrenoble (그르노블 상업 그랑제꼴)
[후원]
CROUS de Grenoble (문화부 산하 이제르도장학기관)
Ville de Grenoble ( 그르노블 시)
Conseil Général de l’Isère (이제르 도)
Ministère de la Culture et de la Communication(프랑스 문화통신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불 대사관 한국 문화원
재외동포재단
한국관광공사 빠리지사
[협찬]
마산 MBC 라디오 텔레비젼
(사) 민족예술인총연합회 마창지부
춤을 추는 사람들
그르노블 대학
Dauphiné libéré 도피네 리베헤(지역신문 일간지)
News FM 뉴스 에프엠 (라디오)
Petits Bulletins 쁘띠 뷸르뗑 (행사광고 주간지)
France Bleu 프랑스 불루 (라디오)
France 3 프랑스 3 (텔레비젼)
M 6 (텔레비젼)
Asiat 아지아뜨 (음악그룹)
Campus radio 켐프스 하디오 (그르노블 대학방송)
Convergence internationale 꽁베르장스 인테네셔널(그르노블지역 외국인협회연합회)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문화에 대한 끓어오르는 묘한 열정으로 어쩔 줄 몰라할 때가 있을 것이다. 고국에서 살 때에는 이리저리 부대끼며 불편하거나 부족한 점을 고치거나 채우려고 애를 쓰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의 심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짬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이 나와 비슷한 주변과 함께 일상적으로 유구하게 되풀이되어 왔던 것이었으니까….반대로 이곳에서는 내 속에 무언가가있어 그것이 나를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고 있으며 그것을 밀쳐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도대체그게 뭘까 하고 생각해보면, 드러나지 않은 채 변하지 않는 어떤 동력,공격적이지 않고 너그러운 특성, 누구도 밀쳐내지 않는 포용성, 적대적인 본질들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끝내는 서로 만나 화합함이 주는 안도감과 그것들이 서로 엉키고 설키면서풀어내는 속맛이 아닐까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한국 문화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그지없이 자랑스럽게느끼게 된다. 마치 발은 프랑스 땅에 고착되어 있지만 몸이나 마음은 공간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것처럼한없는 여유와 넉넉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 프랑스에서의 일상 생활 속에서 내가 표현하는 예의바름과 부드러움이이곳 사람들에게 순종적이거나 복종적인 태도로 간주되거나 그렇게 취급받을 때마다 즉각 평소에 없는 도도함을 곧추세우면서 상대를 말과 행동으로 받아치는나 자신을 볼 때, 그리고 그러한 대응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될 때, 나는 바로 그 순간 내가 잘 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망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내가 보유하고 있던 가치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전투적으로 변질되었음을 깨달으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이고어찌할 바 몰라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소 믿고 사는터라 내가치의 우월성을 운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풀기 위해 항상 공격적인태도로 변하는 나 자신에 대한 언짢음의 표현일 뿐이다.
하긴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삶의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일어날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외국에 산다는 것은, 이처럼 가치가통채로 변질되어야 하는 순간을 맞아야 하는 등 외국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 사람들간의 관계 그리고 자연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정의가 우리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훈련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그 훈련의 결과를 보면 볼수록 석연치 않은 뭔가가 삶의 구석구석에 더 깊이틀어박히기 때문이다.
해서 요즘 들어 부쩍 자주 거론되는 문화란 것을 생각해 본다. 문화란 인간에 대한 정의에서 출발하여 바로 그 인간들이 서로 맺는 관계가 일정한 틀을 이루고 모양과 내용을갖추는 것이라 할 때, 문화를 말하는 것은 다름아닌 서로간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인 내가 문화를 떠올리며 고민을 한다는 것은 프랑스 사회에 살고 있는 내가 보유하고있는 문화와 프랑스인이 지니고 있는 문화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당연히화제는 상호간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 차이를 수용할 것이며 또 필요하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라는 것으로될 것이다. 사실 보편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다양성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사회가 보유한 보편성이 그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이 문제와 함께 개인이 어떻게 국가란 카테고리가 주는 의미의 강제로부터 벗어나 각자가 보유한 미학적근거에 맞추어 살 수 있는가라는 문제도 동시에 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보호하며 강제가 아니라 설득과 이해를 통해 보다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싫던 좋던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우리가 프랑스 문화를 인정하고 수용한다면, 그것은 바로 프랑스가 보여주는 다양한 문화의수용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실은 우리와 비교하면 이미 엄청난 것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또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까 고민하면서 이곳에서우리의 설을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은 이곳 사람들과 나누는 설이여야 한다고 믿으면서해마다 설 행사를 열심히 준비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해인가 갖 도착한 젊은 한국인 마담 한 분이 ‘아니, 내가 여기까지 와서 한국설 따위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다. 또 한켠에서는‘안그래도 매일 여기 사람들하고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 설만이라도 우리끼리 우리 음식 먹고 한국말로 실컷 떠들어야지 또 그 사람들 먹이려고 손에 물넣어가며 음식 준비 하고 어려운 불어로 지껄여야 하나?’ 한다. 즉각적으로받은 내 느낌은 아연했지만, 곰곰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첫 번째 말은 한국에서는 명절이란 가족 모두가 모이는 날이지만 여성만 줄창 혹사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고, 두 번째 말은 그래도 그렇게 우리 설은 가족끼리 모이는 것이라 가족같은 우리 교민들끼리 설을 지냈으면 하는욕구가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설은 우리의 정서가 밀집되어 있는 현장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백번 이해하면서도 만약 그런 식으로 우리끼리 설을 지낸다면우리 문화가 이들 문화와는 다르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식으로 먹고 우리 식으로 놀고 또 우리말로떠들지만 그것이 이들의 것에 못지 않은 질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나아가 우리 문화는 스스로를닫아걸거나 타자를 밀쳐내는 그런 문화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일년에 한 번밖에없는 설조차도 우리끼리라며 이곳 사람들에게는 문을 잠가 버린다면 어떻게 이곳 사람들과 대등한 관계를 수립하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경험은 우리 문화가 가진 가치가 나 또는 우리를 통해 이곳 사람들에게 제대로 표현되었을 때 비로소대등한 대화가 가능해지더라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주체이므로 문화적 차이를 대화나 교류를통해 인정받을 때 비로소 대등한 관계맺기가 가능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한 쪽은 우월하고 다른한 쪽은 열등하다는 선입견 내지 오해가 해소되지 않아 서로 위계적인 관계맺기로 귀착되기 십상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편, 한국사람들의 개성은그야말로 다양하지만 그 개성들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그르노블에서는 우리 설을이곳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그룹이 있다면 그런 설 행사에는 가담조차 하지 않겠다는 그룹이 있다
그르노블 한국문화협회는 페스티발을 통한 우리 문화 알리기를 표방하면서물심양면으로 엄청 고생하면서 지금까지 세 번의 설 페스티발을 치루었다. 우리가 원했던 것처럼 이제 이곳에서는우리 설을 알고, 우리 영화를 이해하고, 우리 음악, 우리 몸짓, 우리 색깔을 기억하는 프랑스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처지와 환경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층도 늘어나고 있어 이곳에서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기가전만큼 갑갑하지는 않게 되었다. 오히려 외국에서 완벽한 익명으로 살고자 하는 한국인에게는 이곳이 더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한국인들에게는 어째 좀 미안한 생각까지 들기도 한다. 이제 문화 알리기 입장과 그럴 필요없다는 입장간의 차이가 서로 무색해질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이쯤에서 서로만나 그동안 쌓인 골을 메울 푸닥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엄청 지쳐 있다. 해마다 행사를 마칠 때마다 입에 단내를 내며 “내년에 또 하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고 악담까지 하면서 마음을 다지곤 했지만 또 설날이 다가오니 잠자리에 누워도 차오르는생각 때문에 잠을 설치며 이궁리 저궁리를 해댄다. “지난 3년간의경험으로 이런 것은 서툴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텐데, 또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기다리고 있을텐데…”하며 얼른 “그래, 이건정말 필요한 작업이야” 하고 나 자신을 떠밀다가는, “아니야, 이젠 현실 문제도 생각해야 돼. 협회에 누적된 적자가 얼만데…”, “올해는 논문을 꼭 마쳐야 하는데 벌써 몇년 째 이러면서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마음과 현실을 싸움 붙여놓고 지지고 볶고 있을 때 내 머리 한켠에서는 이미 뭔가를 준비 중에 있다. 결국 그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내가 생각하고 또 내 생각의 갈피가 그것을 떠날 수 없다면 그 생각을쫓아내기보다는 차라리 싸안아야겠다고 결론지어버렸다. 이런 걸 두고 프랑스 친구들이라면 “C’est plus fort que moi!” 라고 대신 표현해 줄 것이고, 울 엄니라면 “쟤가 또 어디다 정신 빼였네”라고 하시겠지만, 어쩔 수 없다. 팔자소관이라 했던가. 조만간 누가 이 바톤을 이어받을 때까지는….
해서 올해 2005년 제4회 그르노블 한국설날페스티발“동양의 만남”은 그동안 이 페스티발에 거리를 두었던 한인들도 참여하고 또 이곳 지역민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풍요한 축제로만들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그것은 지난 세 번의 페스티발이 각각 특정의 테마를 설정하고 전시회-콘서트-무용공연-영화상영-강연회 등 주로 실내행사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의복-언어-스포츠-놀이-음식-푸닥거리 등 마당행사들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바꾼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음력설날이 갖는‘서로 나누기’와 ‘화합’의 의미를 공동축제의장을 통해 고양하고 향후 이어질 한국문화 페스티발을 위한 더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와동시에 이번 페스티발에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진 층을 보다 넓히기 위해 음력 설을 지내는 다른 두 나라 중국과 베트남과 같이 행사를 개최함으로써세 나라의 설날이 갖는 공통점과 함께 각자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괄호를 쳐서라도 내 내부에서 의도하는 바를 표현한다면, 이제 화합이나 서로 만나기를 구호가 아니라 실천하는 데 우리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준비작업을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남북한의 진정한 만남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아직 분위기에 비해서는 실제 작업이 미진한 상태이고 당장에 그 작업을 실행할 구체적인 일감을 손에 쥐지 못한터라우선 가까운 이웃이라도 둘러서 만나보자는 의도이다. 공유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동안 이별의 세월 속에서 서로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작업 말이다.조만간에 프랑스 땅에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을 영화로 엮어 볼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이번설 행사는 그것을 위한 또 한 번의 실험적 준비가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의 문화를 이곳 사람들과한 발짝이라도 더 가깝게 미리 만나게 하는….
따라서 이번 페스티발에는 우리 설날의 대표적인 고유놀이인 농악, 풍물판굿, 지신밟기, 사물놀이 및 한국춤등 마당공연을 준비하기로 하고 «떠오르는 한국 국악의 샛별»이라 불리는진해에 적을 둔‘동강생이 어린이 국악예술단’그리고 춤패 ‘뉘’와 퓨전밴드‘온달’을 초청했다. 이들은 세 나라의 전통의상 행렬과 중국의 드래곤이 함께 하는 시가행진을앞트기로 이끌면서 대학 등 주요 지점마다 길놀이 공연을 할 것이다. 이렇게 음력설 축제 분위기를 고취하고보다 많은 시민들이 아시아의 설을 함께 즐김으로써 설날을 그르노블의 새로운 지역축제로 토착화 시키고자 한다. 이러한공동 행사는 또한 아시아가 중국이나 일본으로 대변되고 있는 그릇된 인식과 오해를 교정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시가행진의 마지막은 반대편에서 오는 프랑스 카니발 팀과 한 곳에서 만남으로써다시 ‘동서양의 만남’의 자리를 만들게 되는데, 여기서 지신밟기와 춤 공연을 하고 여러 메세지와 모형들을 불사르는 행사를 통해 행사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이 자리에는 그르노블시민과 세계 도처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의 건강과 순조롭고 성공적인 한 해를 기원하고, 나아가 천재지변없는 평화로운 세계와 통일된 남북한의 실현을 희구하는 등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같은 날 저녁에는 그르노블 대학 캠퍼스에 있는 학생회관 ‘이브’에서 낮 행사에 이어 바둑 대회, 각국 고유 음식 시식, 각국의 전통 무술 시범이 있고 서예를 통해베트남 문자, 중국의 한자, 우리의 한글을 비교할 수 있게하고, 각 나라의 언어로 부르는 노래자랑 등으로 모두가 공유하는 설날을 지낼 것이다. 이와 별도로 본 협회는 ‘한국 발견하기 전시회’를 그르노블 상업 그랑제꼴과 학생회관 식당 ‘디드로’ 두 곳에서 2주간에 걸쳐 개최하여 대학생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를도울 것이다.